바야흐로 재택의 시대다.

다른 직군에 비해서 재택이 용이하기 때문에 개발자 중에서는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나만의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도 있고, 길바닥에 버리는 출퇴근 시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모든 개발자에게 다 좋지만은 않다.

얼마 전에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는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면서 복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직원들이 함께 모일 때 협업과 혁신, 견습 문화가 번창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는 사실 막 개발 일을 시작하는 주니어 개발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재택근무는 기본적으로 Task, 즉 업무 중심이다. 업무 못지 않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사무실 근무와는 완전 다르다. 업무 메신저에서 업무 이외의 다른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도 쉽지 않고, 일 처리도 익숙지 않은 상황일 텐데 재택 시대의 비동기적인 업무 흐름을 쫓아가기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얼마 전 일이었다. 옆자리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주니어 개발자에게 간단한 일을 할당하고 계속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코드를 작성하고 있던 와중에 흘끔 보니 이 친구가 뭔가 잘 안풀리는 모양이었다. 지금쯤은 대략 요구사항 파악하고 신나게 코딩하고 있어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뭔가 잘 안풀리는 모양이었다. 바로 옆 자리이기 때문에 바로 물어봐서 문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마련했다.

만약 재택근무인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그 주니어는 혼자서 낑낑대다가 시간은 시간대로 흘렀을 테고 나는 당연히 그 친구가 모니터 너머에서 뭘 하는지 알 턱이 없을 게다. 그 친구가 나중에 나한테 물어봤을 텐데, 재택근무는 알다시피 비동기 방식이다. 퇴근시간이거나 내가 회의 등의 일정으로 답변을 바로 못 해주고 내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주니어 개발자에게는 재택근무가 이익이 크지 않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경험은 업무 외에도 주니어 개발자에게 여러 이득이 있다. 옆자리에 있으면 가끔 코드나 개발, 일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쉽다. 시니어 개발자는 답변 뿐만 아니라 질문한 사람이 모르는 눈치면 참고할만한 다른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는 재택근무하면서 서로 사무적으로 정해진 티켓만 마주하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재택근무가 더 좋은 개발자는 스스로 해결하고 찾아 먹을 수 능력 있는 개발자일 때 얘기다. 이 능력이 부족한, 이제 막 개발에 입문한 개발자는 재택근무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지금 회사에 투자한 엑셀러레이터에서 주관한 개발자 관련 웨비나에서 모 개발 임원분께서도 “주니어는 재택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내어 써본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재택이 좋다. 허나 주니어 개발자들을 위해 자주 출근한다.


회사와는 관련없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